"마담 웹(Madame Web, 2024)"은 소니의 스파이더맨 유니버스(SUMC)를 확장하는 새로운 시도이자, 슈퍼히어로 장르 안에서도 비교적 낯선 여성 중심 캐릭터를 다룬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기존 마블 팬들에게는 익숙할 수 있지만, 대중적으로는 아직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립니다. 과연 "마담 웹"은 그만한 임팩트를 보여줬을까요? 함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예지 능력을 지닌 히어로, 마담 웹의 새로운 정의
"마담 웹"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 카산드라 웹이 전통적인 액션 히어로가 아닌 ‘비전을 보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라는 점이에요. 그녀는 초능력으로 미래를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거나 사건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설정은 다른 마블 영화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이에요. 특히 능력의 본질이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시간과 운명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점에서 더 철학적이기도 합니다. 초반부에는 이 능력이 아직 불완전하고, 카산드라는 자신의 과거와 능력에 대해 혼란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점차 그녀는 자신이 맡게 된 사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이 능력이 자신에게 주어졌는지를 깨닫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그녀가 ‘히어로’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내면의 갈등과 심리적인 변화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이 점은 관객에게 인내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를 단순한 초인적 존재가 아닌 ‘사람’으로 느끼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해요. 이러한 캐릭터성은 기존의 히어로 영화가 보여준 "강해지기 위한 싸움"보다는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어떤 면에서는 심리극이나 SF 스릴러에 가까운 연출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이런 것도 히어로 영화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차원적 여성 서사, 네 명의 여성 캐릭터가 만났을 때
이 영화의 또 하나의 특징은, 여성 중심의 캐릭터 구성을 통해 매우 다양한 여성 서사를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마담 웹을 중심으로, 세 명의 젊은 여성들이 주요 인물로 함께 등장합니다. 이들은 각각 다른 배경과 성격, 꿈과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며, 영화는 이들의 성장과 상호작용에 많은 초점을 맞춥니다. 줄리아, 아냐, 맷이라는 인물들은 단순히 조연이 아니라, 카산드라와 함께 ‘미래의 위협’을 막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이들의 관계는 경쟁이 아닌 협력이라는 점에서 매우 인상 깊어요. 여성들 간의 관계를 그릴 때 종종 클리셰처럼 등장하는 질투, 배신, 이기심보다는 서로를 도우며 진정한 팀워크를 이뤄가는 과정이 더 강조됩니다. 이런 면에서 "마담 웹"은 페미니즘 서사와도 맞닿아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어요. 또한 각각의 캐릭터가 처한 상황은 현대 여성들이 겪는 현실과도 연결되어 있어요.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타협해야 하는 인물,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인물, 타인의 기대에 맞추느라 자기를 잃어버린 인물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여성의 내면을 진지하게 다루려는 노력이 느껴집니다. 이들이 서로의 거울이 되고, 지지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단순한 영웅 서사를 넘어 '연대'라는 감동을 안겨줍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영화가 여성들을 무조건 이상화하거나 희생적인 존재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실수도 하고, 갈등도 겪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이런 점에서 "마담 웹"은 단지 마블 유니버스 확장의 일환이 아니라, 독립적인 여성 서사로서의 가치도 충분히 갖춘 작품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비주얼과 연출의 아쉬움, 그러나 남긴 여운은 충분했다
"마담 웹"이 가진 장점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완벽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특히 시각적인 측면이나 연출 방식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느끼는 관객도 많았을 거예요. 예지 능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다소 단조롭거나 반복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고, 몇몇 액션 시퀀스도 MCU의 화려한 장면들과 비교했을 때 임팩트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또한 이야기 전개 속도가 느리고,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무거워서 슈퍼히어로 영화 특유의 통쾌함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특히 카산드라의 과거와 능력에 대한 설명이 후반부까지 길게 이어지면서, ‘언제쯤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마담 웹"은 전통적인 블록버스터 문법보다는 ‘차분한 성장 서사’에 가깝다고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남긴 여운은 꽤 깊어요. 히어로가 반드시 세상을 구해야만 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메시지,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시선은 참 따뜻하게 다가와요. 특히 영화 후반부, 마담 웹과 세 여성 캐릭터가 각자의 길을 걷게 되는 장면은, 히어로라는 존재가 ‘함께’일 때 더욱 강해진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마무리였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향후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또 다른 확장을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어요. 마담 웹이라는 캐릭터는 다차원적인 세계와도 연결되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에, 후속작이나 스핀오프에서 더 흥미로운 가능성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화려하진 않았지만, 서서히 파장을 일으키는 영화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마담 웹(2024)"은 새로운 시선으로 접근한 슈퍼히어로 영화입니다.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구성과 연출이지만, 캐릭터의 내면을 깊이 있게 그려낸 점, 여성 중심의 연대 서사, 그리고 전통적 히어로 문법을 벗어난 이야기 구조는 분명 새로운 시도였어요. 다채로운 히어로물이 넘치는 시대에, 이렇게 색다른 시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호기심이 생기신다면 꼭 한 번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