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요: [달짝지근해: 7510]은 단맛밖에 모르는 천재 제과 연구원 '치호'가 뜻밖의 인연으로 만난 낯선 여자 '일영'과 함께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새롭게 경험해 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드라마입니다. 전작들을 통해 감성 연출에 탁월한 손맛을 보여준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배우 유해진과 김희선의 신선한 조합이 관객의 감정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작품입니다.
1. 단맛으로만 채워지지 않는 인생의 레시피
《달짝지근해: 7510》은 단순히 사랑과 달달한 감성만을 다루는 영화는 아닙니다. 주인공 치호(유해진 분)는 세계적인 제과 브랜드에서 활약하는 유능한 연구원이자, "단맛"에 집착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부터 비롯된 아픔을 무의식적으로 감춰왔고, 그 대체물로 설탕과 초콜릿, 케이크 같은 달콤한 음식에 의존해 살아갑니다. 영화는 이러한 그의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가며, 치호가 왜 달콤함에 매달려야 했는지를 천천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삶에 균열을 일으키는 존재가 바로 '일영'(김희선 분)입니다. 일영은 치호의 실험실에 우연히 들렀다가 그의 세계에 깊이 들어오는 인물로, 단맛에만 집중하던 그의 인생에 소금 같은 존재로 다가옵니다. 짠맛, 신맛, 쓴맛을 함께 이야기하며 "진짜 인생의 맛"에 대해 깨닫게 해주는 인물이지요. 그녀는 말없이 행동하고, 때론 무심한 듯하면서도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법을 아는 사람입니다. 영화는 이들의 관계를 통해 인생이 단 한 가지 맛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음식과 인생을 교차시켜 보여주는 이한 감독 특유의 감성 연출은 치호가 만들어내는 디저트 장면들과, 그가 혼자 보내는 밤의 공허함을 대비시켜 관객의 공감을 유도합니다. 특히 냉장고 속 가득 찬 케이크들과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반복되는 실험은, 사랑 없는 달콤함의 허무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2. 유해진과 김희선, 전혀 예상치 못한 케미의 완성
유해진과 김희선이라는 조합은 첫 캐스팅 발표 당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케미는 의외로 훌륭합니다. 유해진은 그간 코믹하고 인간적인 캐릭터를 주로 소화해 왔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내면의 슬픔과 외로움을 은근한 눈빛과 행동으로 표현하며 또 다른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줍니다. 특히 말없이 케이크를 꾸미는 장면, 일영의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스레 반응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그의 진심 어린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김희선은 그동안 주로 강렬하거나 로맨틱한 캐릭터를 맡아왔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한층 더 절제되고 현실적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치호에게 다가가면서도 무작정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치호와의 대화 장면에서는 특유의 말투와 눈빛으로 미묘한 감정을 표현해 관객들의 마음을 자극합니다. 두 배우의 감정선이 절묘하게 교차되는 장면은 단연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치호가 일영에게 “이 케이크는 너 닮았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단순한 대사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지난 시간 동안 그가 겪은 감정의 변화와 그녀에게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유해진의 진중함과 김희선의 따뜻한 카리스마가 어우러지며 영화는 더욱 풍부한 감정의 결을 만들어냅니다.
3. 마음을 적시는 디저트처럼, 여운이 남는 영화
《달짝지근해: 7510》은 관객에게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감정의 잔상을 남깁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치호는 한 조각의 케이크를 들고 일영의 문 앞에 섭니다. 그는 과거처럼 완벽한 비율과 모양을 고집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만든 조금은 삐뚤빼뚤한 케이크를 선택합니다. 이 장면은 치호가 진짜 인생의 맛을 이해하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입니다. 영화 곳곳에는 음식과 감정의 은유가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어 관객이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영이 전통 한과를 소개하며 "쓴맛도 알아야 단맛을 더 잘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삶은 다양한 감정의 조합이며, 모든 순간은 서로를 돋보이게 한다는 점을 부드럽게 설득합니다. 또한 배경 음악과 촬영 역시 영화의 감성을 배가시키는 요소입니다. 따뜻한 톤의 색감, 잔잔한 피아노 선율, 디저트가 완성되는 순간의 슬로우 모션 등은 관객이 마치 케이크 한 조각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만듭니다. 감독은 감정의 과잉을 피하면서도, 충분한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연출로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달짝지근해: 7510》은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사랑, 외로움, 치유, 용서, 그리고 삶의 다양한 감정을 디저트라는 매개체를 통해 고요하고도 달콤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특별한 사건 없이도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힘은, 결국 좋은 영화가 가지는 본질적인 힘이 아닐까요?
총평: 《달짝지근해: 7510》은 인생의 다양한 감정을 디저트라는 상징으로 포장해낸 따뜻한 영화입니다. 유해진과 김희선의 의외의 조합, 섬세한 연출, 그리고 삶의 진짜 맛을 깨닫게 해주는 서사는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단맛이 아닌, 인생 그 자체를 담고 싶은 분들께 꼭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