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개봉한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간접고용’과 ‘외주화’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다룬 영화입니다. 비정규직, 하청 노동, 구조조정이라는 말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이 시대에, 이 영화는 실화에 기반한 내용을 통해 누군가의 삶과 고통을 조명합니다. 주인공이 겪는 불합리한 상황은 허구로 보기 어려울 만큼 현실과 닮아 있으며, 영화는 관객에게 ‘노동’이라는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의 실화적 배경, 사회적 메시지, 그리고 영화가 보여주는 감정의 결을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실화 기반 스토리, ‘간접고용’이라는 이름의 착취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의 주인공 정은(유다인 분)은 대기업 협력업체의 전기기사로 일하는 7년 차 직원입니다. 어느 날 회사는 그녀를 현장 파견직으로 ‘전환 배치’한다며 본사 업무에서 제외시키고, 실질적으로는 해고에 가까운 결정을 내립니다. 명분은 구조조정, 실상은 ‘나가라’는 통보입니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부터 간접고용과 외주화의 문제를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한국 사회 곳곳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토대로 구성되었어요. 대표적으로 2018년 김용균 씨 사망 사건은 공공부문 외주화의 위험성과 간접고용의 실체를 드러낸 사건이었고, 많은 언론이 이를 집중 보도하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바 있었어요. 영화 속 정은의 상황은 바로 이와 같은 현실에 기반해 있으며,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의 80% 이상은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어요. 정은은 자신이 속한 시스템의 이중적 구조를 이해하고 싸우기 시작하면서,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주체적인 인물로 변모합니다. 그녀는 노동자이자 어머니이고, 동시에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평범한 시민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정은의 여정을 통해 ‘노동’이라는 단어가 실은 ‘삶’과 직결된 문제임을 조명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현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실과 맞닿은 감정, 무너짐과 다시 서는 용기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감정의 진폭이 매우 큰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 감정은 결코 과장되지 않으며, 오히려 절제된 방식으로 전달됩니다. 정은은 억울하고 분노하며 좌절하지만, 동시에 아이를 책임지고 살아야 하는 엄마이기에 현실에 타협할 수밖에 없는 순간도 존재했어요. 이런 복합적인 감정선이 영화 내내 지속되며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어요. 정은은 파견지에서 동료 노동자들에게도 외면받고, 회사에서는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며 직장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겪는 부조리를 외면하지 않고 기록하며, 점점 ‘행동하는 사람’으로 변화해 나갑니다. 이런 모습은 실제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으며, 관객에게도 일종의 용기와 연대를 쌓아가게 됩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 보여지는 정은의 작은 승리는, 단순한 ‘극적 반전’이 아니라 현실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귀중한 한 걸음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완전한 승리도 아니고, 완전한 실패도 아닌 그 중간의 지점에서 영화는 현실을 비춥니다. 그리고 바로 그 ‘애매한 결말’이야말로 진짜 현실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더욱 진정성을 갖게 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종종 현실을 고발하거나, 사회 문제를 드러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노동영화의 본질,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그 대표적인 예로, 노동의 가치, 인간의 존엄, 그리고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어요. 영화가 내세우는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아요. 정은의 투쟁은 거창하지 않지만, 작고 꾸준한 싸움이 모여 변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 영화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 ‘간접고용’이라는 말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흔들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파견, 외주, 협력사, 자회사 등의 이름 아래 진짜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계가 왜곡되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의 몫으로 돌아옵니다. 정은은 그러한 구조 속에서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라고 외칩니다. 이는 단지 직장을 지키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자기 존엄을 지키겠다는 외침입니다. 이 영화가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관객이 ‘정은’이라는 인물에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특별한 영웅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영화는 실화 기반 영화로서의 설득력을 갖고, 동시에 현실을 향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노동의 문제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 줍니다.
<나는 나를 해고하지 않는다>는 화려하거나 극적인 전개 없이도, 진정성 하나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실화 기반 영화입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깊이 있게 바라보면서도, 개인의 존엄성과 용기를 중심으로 풀어낸 이 작품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의미 있는 영화입니다. 만약 지금 당신이 ‘노동’과 ‘삶’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작은 위로와 힘을 얻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영화 속 정은의 외침처럼, 당신 역시 스스로를 해고하지 마세요.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