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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리뷰-미야자키 하야오가 남긴 마지막 질문

by onlyforus001 2025. 7. 16.

영화 개요:「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 가족을 잃은 한 소년의 성장과 내면적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자전적 요소와 철학적 질문이 결합된 이 영화는 스튜디오 지브리 특유의 환상성과 깊이 있는 메시지를 통해,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1. 상실과 성장의 여정: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단순히 한 소년의 성장담을 넘어, 상실과 회복,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서사를 통해 인간 내면의 깊은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작품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상징과 은유가 가득한 내러티브를 펼칩니다. 주인공 ‘마히토’는 어머니를 전쟁 중에 잃은 후, 낯선 시골 마을로 이주하며 외로움과 혼란을 겪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미야자키 감독 본인의 어린 시절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영화 전반에 걸쳐 강한 자전적 색채가 느껴집니다.

영화의 전반부는 전쟁의 그림자와 가족의 상실을 중심으로 한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로 전개되며, 후반부로 갈수록 환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이 환상 속 세계는 단순히 현실을 도피하는 공간이 아니라, 마히토가 자신의 감정과 상처를 마주하고 성장하는 내면적 여정의 상징적 공간으로 작용합니다. 괴기하면서도 아름다운 생명체들과 신비로운 풍경은 관객을 새로운 차원의 감각으로 이끕니다.

특히 인상 깊은 점은 이 환상 세계가 명확한 선악 구도나 정해진 규칙 없이, 모호함과 애매함을 전제로 구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현실이 가진 불확실성과 유사하며, 미야자키 감독이 전통적으로 추구해 온 세계관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마히토는 이러한 혼란 속에서 점차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되고, 이 과정은 곧 관객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결국 영화는 결말에 이르러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여정 속에서 관객은 삶에 대한 사유, 존재에 대한 성찰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며, 이것이야말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지닌 가장 큰 가치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이야기’의 차원을 넘어 ‘경험’의 영화로서 자리매김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2. 시각예술의 정점: 지브리 특유의 작화와 미장센

스튜디오 지브리는 언제나 ‘움직이는 예술’로 평가받을 만큼 뛰어난 작화와 미장센을 선보여 왔으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그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직접 참여한 수많은 콘티와 레이아웃은 극도의 디테일과 표현력을 자랑하며, 손그림 특유의 따뜻함과 감성이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전쟁 중 일본의 시골 마을은 사실적이면서도 정적인 아름다움으로 묘사되며, 이곳은 현실의 고통과 마히토의 내면적 공허함이 맞물리는 중요한 공간이 됩니다. 이후 환상 세계로 전환되면, 지브리 특유의 상상력과 독창성이 폭발적으로 발휘됩니다. 하늘을 떠다니는 섬, 기이한 새 인간, 시간과 공간이 왜곡된 공간 구조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감각을 안겨 줍니다.

이러한 시각적 구성은 단지 화려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서사적 맥락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공간의 왜곡이나 비현실적인 생명체의 등장은 마히토의 심리적 동요를 반영하며, 그의 감정선과 상징적으로 연결되어 관객의 몰입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지브리 작품에서 익숙한 ‘비행’의 모티프도 등장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낭만적인 요소가 아닌 ‘불확실한 미래로의 이행’을 상징하는 의미로 재해석됩니다.

음악 또한 작화와 조화를 이루며 감정선을 섬세하게 따라갑니다. 조 히사이시의 음악은 이번에도 절제된 멜로디 속에 깊은 여운을 담아내며, 때로는 침묵보다 더 큰 감정을 전합니다. 특히 후반부에서 환상 세계의 붕괴와 현실로의 귀환이 겹치는 장면에서는 영상과 음악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시청각적 감동의 절정을 만들어 냅니다.

3. 철학적 메시지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유언 같은 질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제목 자체가 하나의 질문이자 메시지입니다. 이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영화를 관통하는 중심 화두로 기능하며, 각 장면과 인물들의 행동을 관통하는 철학적 뿌리로 작용합니다. 영화는 명확한 교훈이나 정답을 제시하지 않지만, 그 질문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관객에게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남깁니다.

마히토는 환상 세계에서 수많은 유혹과 도전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은 힘에 대한 욕망일 수도 있고,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유혹일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는 능력’을 시험받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결국 삶이란 끊임없는 선택과 그에 대한 책임의 연속임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영화는 ‘기억’과 ‘잊힘’이라는 주제를 통해 존재의 지속성과 시간성을 성찰합니다. 죽은 이를 기억한다는 것, 그리고 슬픔을 품은 채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인간다움의 핵심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집니다. 이는 어린이보다는 오히려 성인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대목으로, 이 영화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철학적 에세이로 읽히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번 작품이 자신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단지 한 편의 창작물에 그치지 않고, 그가 남기고자 했던 예술가적 유언, 혹은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걸지 않지만, 화면 곳곳에 녹아 있는 상징과 은유, 침묵 속에서 흘러나오는 사색의 여운은 그 어떤 대사보다 깊게 가슴에 남습니다.

맺음말: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단순히 한 편의 애니메이션으로 정의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삶, 한 세대의 기억, 그리고 인류가 마주한 철학적 질문을 압축해낸 하나의 예술적 결정체입니다.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법, 타인과 공존하는 방식, 그리고 끝없는 선택 앞에서의 태도까지, 이 영화는 깊고도 조용하게 질문을 던집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언제나 그랬듯,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 속에 어른을 위한 진실을 담았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오랜 여운을 남기는 작품으로,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결국 각자의 삶 속에서 천천히 찾아가야 할 것임을 조용히 일러줍니다. 우리가 그 질문에 진지하게 귀 기울인다면, 이 영화는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요.